Other/Good or Bad

상수 e의 이야기

파에 2008. 7. 25. 18:15
수 e는 수학적 중요도로 볼 때 원주율(파이)와 대등하고, 통상 얌전한 영어 소문자로 쓰여져 친숙한 느낌을 주는, 하지만 그래도 그 속을 이해하기가 보통 쉽지 않은 자연로그의 밑수 e는 대략 그 값이 2.718281828459045235360287471352662497이다.


상수 e는 18세기 중엽에 스위스의 수학자 오일러가 처음으로 세상에 소개한 수이다. 상수 e에 대한 표준적 정의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그 정의가 약간 복잡하고 어렵게 보일지 모른다.

 

 

비록 정의가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이와 같이 e를 정의하면, 우리는 은행의 서류나 복리계산에 빠짐없이 나오는 e의 중요한 역할을 눈치챌 수가 있다.


e는 자연로그 함수의 밑수이다. 이 말을 명확이 이해하려면 까다로운 로그에 대한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10의 제곱은 100이므로 100의 상용로그는 2이다. 10의 세제곱은 1000이므로 1000의 상용로그는 3이다. 그리고 10의 2.7제곱은 500이므로 상용로그는 2.7이다. [log(500)=2.7]

 

한편, 어떤 수의 자연로그는 그 수와 같아지는 e의 지수를 나타낸다. 따라서, e의 (6.9)제곱은 1000이므로 1000의 자연로그는 (6.9)가 된다. [ln(1000)=6.9]

 

e의 (4.6)제곱은 100이므로 100의 자연로그는 (4.6)이고, e의 (0.7)제곱은 2이므로 2의 자연로그는 0.7이다. 특히 마지막 수 2의 자연로그인 (0.7)은 재정학에서 매우 중요하다.

 

상수 (0.7)을 당신이 받는 이율로 나눈 값이 바로 당신의 원금이 두 배가 되는 데 걸리는 년수가 된다. 따라서 이율이 10%(0.10)일 때 당신의 원금이 두 배가 되는 데 걸리는 년수는 7년(0.7을 0.1로 나눈값)이고, 이율이 14%이면 원금이 두 배가 되는 년수는 5년(0.7을 0.14로 나눈값)이다.


이제부터 상수 e가 연출하는 믿기지 않는 현상을 몇 가지만 살펴보자. 우선 부교수를 1명 채용하고자 N명의 후보를 면접해야 하는 S대학 M학과가 있는데, 그 학과는 아래의 3가지 면접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첫째, 후보의 면접이 끝나는 즉시 당사자에게 채용 여부를 알린다.


둘째, 일단 면접에서 떨어진 사람을 다시 면접해서 채용할 수는 없다.


면접이 마지막 사람까지 가면 그는 자동적으로 채용된다.


이 3가지 면접 원칙으로 M학과는 과연 자신이 원하는 최선의 후보를 채용할 수 있을까? M학과가 최선의 후보를 채용할지 여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M학과는 자신이 원하는 최선의 호보를 채용할 수 있는 확률은 극대화할 수 있는데, 그 전략은 통상 다음과 같이 세워진다.

 

먼저 Kn 따라서 만약 40명의 후보를 무작위 순서로 면접한다면 최적의 전략은 즉석에서 40명의 37%인 처음 15명을 무조건 떨어뜨린 다음 그의 앞 사람 모두보다 더 나은 후보를 부교수로 채용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사용해서 최선의 후보를 채용하게 될 확률 또한 아주 이상하게 1/e 또는 약 37%이다. 어떤 전략도 37%보다 더 좋은 확률을 가져다 주진 않는다. 비록 전제 조건인 M학과의 면접 원칙에 부자연스러운 면이 없진 않지만, 배우자를 선택하기 위한 '맛선 보기'와 같은 유사한 문제들 역시 이와 동일한 접근법과 논법이 사용된다.


상수 e는 무리수(두 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없기 때문에 비순환 무한소수)인 동시에 초월수(대수방정식의 근이 될 수 없는 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는 중요한 수학공식과 정리에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수 e는 삼각함수, 기하학, 미분방정식, 무한급수, 해석학 등 무수히 많은 서로 다른 수학의 분야에서 항상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참으로 신출귀몰하고 의미심장한 수이다.